세종은 행정기관 공무원과 연구단지 종사자 중심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저녁이 되면 상권이 비는 지역도 아직 많다. 이런 곳에서 브루펍이 버티려면 단순히 맥주만 잘 만들어서는 부족하다. 동네 생활 리듬에 맞춘 영업 시간, 깔끔한 주방 동선, 가족 단위 손님까지 받아낼 수 있는 좌석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라인업이 필요하다. 지난달 문을 연 세종의 새 브루펍을 세 차례 방문해봤다. 평일 저녁 2번, 토요일 이른 저녁 1번이다. 양조 설비부터 탭 로테이션, 음식 그립, 소음과 온도, 대중교통 접근, 술 취급 방식까지 꼼꼼히 보고 마신 것을 있는 그대로 적는다. 특정 상호를 노출하지 않기로 한 것은 업계 관행을 존중하기 위해서다. 다만 위치, 규모, 스타일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어디에 있고, 어떻게 들어가는가
상권은 세종시 어진동과 보람동 사이의 변두리 쪽, 신축 오피스텔이 줄지어 선 상가 1층이다. 세종에는 차가 없으면 불편한 구역이 많지만, 이곳은 버스 정류장에서 도보 4분 정도, 도로 진입도 쉬워 주말에 대전이나 오송에서 넘어오기 수월하다. 저녁에는 거리가 비교적 조용하고, 주차 면은 매장 앞 공용 8면 정도가 전부라 피크 시간에는 골목에 평행주차를 해야 한다. 주차에 예민하면 평일 방문이 낫다.
입구는 전면 유리 폴딩도어로 개방감이 좋다. 기온이 맞으면 문을 활짝 열어 바람을 통하게 한다. 처음 들어가면 좌측에 탭월, 우측 끝에 브루하우스가 유리벽 너머로 보인다. 전열은 깔끔한 편인데, 동선 설계가 계산되어 있다. 입구에서 바로 카운터가 아니고, 한 걸음 들어가 좌측으로 꺾어야 주문이 가능하다. 자리를 먼저 잡고 주문하라는 안내가 테이블마다 있어서 혼선은 없다.
내부와 좌석, 소음과 온도
홀은 대략 70평 남짓. 4인 테이블 8개, 2인 하이테이블 6개, 바 좌석 8석, 테라스 5테이블. 토요일 오후 6시 기준, 가족 동반 손님이 절반 가까이였다. 세종 특성상 유모차 진입을 고려했는지 테이블 간격이 넓다. 바닥은 폴리싱 콘크리트, 천장은 오픈 덕트. 흡음재를 곳곳에 붙여놓았는데 금속 재질 탑과 오픈 주방, 음악까지 겹치면 대화 음압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휴대폰 데시벨 앱으로 찍었더니 피크 78 dB, 평균 67 dB 정도. 시끄러운 바는 아니다. 바 좌석에서는 탭 교체와 세척 과정을 그대로 볼 수 있는데, 이 리뷰의 핵심 중 하나라 일부러 그 자리에 앉았다.
온도는 홉이 잘 살아나는 20도 전후가 맥주에 좋지만 손님은 조금 더 따뜻한 실내를 선호한다. 이곳은 홀 22도, 바 21도, 테라스는 외기. 라거를 마시기엔 약간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잔 온도와 서빙 속도로 보정한다. 잔은 두께 얇은 튤립과 윌리비커를 섞어 쓰는데,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와 표면 결로가 보이는 수준으로 차갑다. 첫 잔의 온도 타이밍이 좋다.
설비와 위생, 작은 디테일
양조 설비는 5bbl 브루하우스, 10bbl 퓨멘터 4기, BBT 2기. 하루에 2배치 브루잉을 염두에 둔 배치업 구성이지만 아직은 생산량이 수요보다 약간 많은지, 탱크 여유가 있어 보였다. 셀러 온도는 2.5도에서 3도 사이로 유지, 탭라인은 글리콜 루프가 돌아간다. 탭은 14개. 그중 하우스 탭 7, 게스트 탭 5, 하드셀처 1, 논알코올 1. CO2와 N2 믹스는 스타우트 70:30으로 세팅. 밸브, 결합부위에 산화 흔적이 거의 없었다. 라인 퍼지는 저녁 오픈 전에 CO2 블로우, 장사는 분 절단 없이 탭 교체 타이밍을 잡는다. 브러시와 산성 세정제를 번갈아 쓰고, 주 1회 라인 케미컬 클리닝, 매일 물 세정과 퍼지. 바에서 40분 정도 지켜보며 셀프 체크했다. 따로 벤트 클리닝을 신경 쓰는 점도 좋다. 이런 기본기가 잡혀 있으면 첫 잔부터 마지막 잔까지 컵 립스틱 오프플레이버 같은 사고가 잘 안 난다.
잔 위생은 합격. 세척 후 헹굼물이 남아 레이스를 망치는 경우가 흔한데, 이 집은 글라스 린서 압력이 적절하고, 폼 헤드가 균일하게 올라간다. 스타우트 잔의 니트로 크레마가 오래 유지되는 것으로도 확인 가능하다. 작은 디테일로는 코스터가 다공질 펄프로 되어 있어 응축수가 적당히 흡수된다. 테이블의 물자국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맥주 라인업, 하우스 맥주의 성격
오픈 한 달 차답게 라인업이 현란하지는 않다. 하우스 맥주는 네 가지가 중심이다. 라거, 헤이지 IPA, 스타우트, 비트르. 여기에 실험 배치로 쌀 페일에일과 하이브리드 사워를 얹는다. 나머지는 주변 양조장의 게스트 탭으로 채운다. 대전권 양조장 2곳, 청주권 1곳의 정평난 레귤러들이 돌아가며 들어온다.
라거부터 얘기하자. 스타일명은 켈러 라거라고 적어뒀다. 필터링을 하지 않은 뉘앙스가 잔에서도 눈에 띈다. 옅은 금색, 살짝 탁하다. 향은 곡물과 허브, 꿀기운이 적게 깔린다. 홉은 할러타우 미텔프뤼와 마그넘으로 추정되는데, 쓴맛이 짧고 깨끗하다. 설비가 신생이라 디아세틸을 걱정했는데, 여기는 D 레스트를 충분히 잡은 모양이다. 따뜻하게 식어도 버터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단, 당일 받은 잔 두 개 중 한 잔은 잔 표면에 미세한 기포가 래싱 대신 군데군데 붙었다. 글라스 컨디셔닝 과정의 미세 잔여물일 가능성이 크다. 맛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헤이지 IPA는 6.4% ABV, IBU 표기는 35로 써두었지만 체감은 그보다 낮다. 네타미와 시트라를 중심에 놓고 모자이크를 보조로 썼다고 한다. 탱크에서 푸시한 듯 아로마가 신선하다. 복숭아, 파인, 약간의 화이트그레이프 필링. 워터 프로파일은 염소화 계열이 상대적으로 높아 소프트하게 퍼지는 타입이다. 거칠게 쓰는 헤이지에 익숙하다면 이 집 헤이지는 더 얌전하고 길게 간다. 단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로트에 따라 트로피컬 향의 볼륨이 들쭉날쭉하다. 첫 방문 때보다는 두 번째 방문에서 아로마가 덜 터졌다. 드라이홉 타이밍을 한 번에 묶으면 안정적이지만 향 강도는 줄고, 분할 드라이홉을 하면 배치 간 미세한 편차가 커진다. 이 집은 후자를 택한 듯하다. 취향 문제다.
스타우트는 니트로 탭으로 제공한다. 4.8%로 세션 성격이 강하고, 로스티한苦가 과하지 않다. 초콜릿, 커피, 살짝 토스트. 맥아 레이어링이 깔끔하다. 탭 압은 레시피와 일치하고, 크레마 유지가 3분 이상으로 안정적이다. 차가운 상태에서는 실키한 질감이 먼저 와 닿고, 온도가 오르면 오트 특유의 부드러움과 로스팅의 깊이가 올라온다. 질감이 매끈해서인지 고소한 음식과 잘 붙는다.
비트르는 우리 시장에서 보기 드문 선택이다. 4.2%, 전통 맥주식품법 표기를 충실히 따라 영국식 이스트 프로파일이 또렷하다. 캐러멜과 비스킷, 아주 가벼운 꽃향. 카본은 낮게, 온도는 라거보다 한 단계 높게 내보낸다. 얇게 보면 밋밋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음식과 함께라면 곁다리 향을 저리로 밀어내고 맥주 자체의 균형이 돋보인다. 이런 선택은 용기다. 대중적 히트는 어렵지만 브랜드의 뼈대를 잡아준다.
실험 배치로 나온 쌀 페일에일은 아직 미완성. 바삭한 고소함을 기대했는데 아메리칸 홉과 밸런스가 덜 맞았다. 라이스 어지턴크의 발효 해결이 완전하지 않았는지 여운이 짧다. 다만 이건 초반 시행착오 범주다. 다음 브루에서 당화 온도와 홉 추가 타이밍을 조정하면 금방 잡힐 문제다.
서빙, 잔, 그리고 온도 관리의 감각
서빙 팀은 아직 신속함과 안정성 사이에서 길을 찾는 중이다. 테이블이 차기 시작하면 첫 잔까지 7분, 이후 리필은 4분 내외. 피크 시간에도 바 좌석 주문은 2분 안에 나왔다. 맥주 스타일별 잔 선택은 타당하다. 헤이지는 튤립, 라거는 윌리비커, 스타우트는 니트로 파인트. 아무 잔에나 따라주는 집과 확실히 다르다. 다만 비트르를 노닉 파인트가 아닌 튤립에 주는 날이 있었는데, 그날은 노닉이 부족했다고 한다. 운영 초기에 잔 재고는 자주 흔들린다. 잔 입고가 안정되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다.
온도는 앞서 말했듯 잔으로 보정한다. 라거는 입구 근처 좌석에서 마시면 처음 두 모금이 살짝 차갑게 느껴질 수 있다. 스타우트는 처음보다 10분 정도 지나 맛이 더 열린다. 다 마시지 않아도 좋다. 반쯤 남았을 때 질감이 가장 좋으니 그때 한입 크게 마셔보길 권한다. 폼 관리는 꾸준하고, 에일 계열의 헤드 수명도 준수하다.
음식, 맥주와의 매칭
브루펍 음식은 과한 창의성보다 정확한 조합이 중요하다. 메뉴는 15종 안팎, 메인으로 화덕 피자와 치킨, 사이드로 샐러드, 소시지, 감자, 딥 등. 기름 냄새가 홀을 채우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후드가 제 역할을 한다.
마르게리타는 신뢰의 기준이다. 도우는 260도에서 90초 안쪽으로 구운 듯, 성형 두께가 균일하고 가장자리의 림에 얇은 크러스트가 선다. 수분이 많은 산마르자노 계열 소스를 쓰면 가운데가 물러지기 쉬운데, 이 집은 수분 밸런스가 훌륭하다. 라거와 붙여 먹으면 토마토의 산미가 홉의 허브 향을 살린다. 평범해 보이지만 가장 자주 손이 간 조합.
버팔로 윙은 정직한 맛이다. 바삭함과 소스 농도가 과하지 않다. 헤이지 IPA와 붙이면 시트러스 톤이 맵기와 기름기를 잘 정리해준다. 핑거푸드가 많은 테이블에서는 헤이지가 팔린다. 이유가 있다.
소시지는 수제라 표기했지만 지역 협력 공장에서 납품받는 타입일 가능성이 있다. 밀도와 육향이 공산품과 다른데, 스파이스가 너무 공격적이지 않고, 머스터드와 피클로 짝이 좋다. 스타우트와 함께 먹으면 로스팅 향이 육향과 포개진다. 의외로 비트르와도 잘 맞는다. 비스킷 몰트가 소시지의 지방감을 정리한다.
감자튀김은 너무 잘게 썰지 않는다. 나초 파우더나 과한 가루 없이, 소금과 허브만. 기름 상태가 깨끗해 후미가 깔끔하다. 이렇게 기본기가 받쳐줘야 맥주가 깔끔하게 넘어간다.
사이드 한 가지 아쉬움은 샐러드 드레싱. 시판 발사믹 계열을 손봐 쓰는 듯한데, 단맛이 조금 길다. 헤이지와 붙으면 괜찮지만 라거나 비트르와는 충돌한다. 레몬 올리브오일 계열을 한 가지 더 두면 선택 폭이 넓어진다.
가격과 용량, 체감 가치
파인트 기준 5,900원에서 8,500원 사이로 책정했다. 세종 물가와 비교하면 약간 높은 편이지만, 하우스 맥주를 직접 빚는 곳이라는 점, 잔과 서빙 온도의 일관성까지 고려하면 납득 가능한 가격대다. 테이스팅 사이즈는 200 ml, 플라이트는 4종 구성. 이 도시는 차를 가져오는 손님이 많아 플라이트가 예전만큼 요구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초반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반응을 봐야 하니, 플라이트를 계속 유지하는 게 좋다. 실험 배치의 피드백을 모으기에 이만한 수단이 없다.
음식은 피자 12,000원에서 18,000원, 치킨 16,000원대. 2인이서 맥주 두 잔씩과 음식 두 가지를 먹으면 5만 원 언저리. 서울의 유명 브루펍 대비 10에서 20% 저렴하다. 세종에서 저녁에 이 정도 퀄리티로 대화와 술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체감 가성비는 좋은 편이다.
브루어의 성향과 맥주의 방향성
브루어는 대전권에서 경험을 쌓고 내려왔다고 한다. 맥주에 과시적인 요소를 넣기보다, 균형과 청결을 먼저 챙기는 스타일이다. 라거와 비트르가 이를 증명한다. 헤이지는 국내 시장의 요구에 맞춰 넣은 라인업이고, 경향을 따르되 향이 과장되지 않도록 물의 질감을 부드럽게 가져간다. 신생 브루펍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품질의 일관성이다. 이 집은 오피 이미 베이스가 단단하다. 몇 가지 변수에서 불안 요소가 보이긴 한다. 홉의 신선도 관리와 게스트 탭의 턴오버 속도다. 세종은 하루 소비량의 변동 폭이 커서 주초에는 탭이 느리게 돈다. 이런 날엔 산화 속도가 빨라지는 IPA류를 앞단에서 적극적으로 권하고, 라거나 스타우트는 주말에 푸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바텐더가 손님에게 추천을 자연스럽게 건네는 집은 탭 컨디션이 좋다. 이 집은 그걸 배우는 중이다.
손님 흐름, 시간대별 표정
평일 저녁 6시부터 7시 반까지는 좌석의 절반 정도가 찬다. 공무원들이 야근 들어가면 8시 이후에 한 번 비었다가, 9시에 다시 채워지는 날이 있었다. 토요일은 5시부터 활기를 띠며 7시에 피크. 가족 테이블이 상위 점유층임을 감안하면, 매장 측에서 어린이 의자와 유모차 주차 공간을 확보한 판단이 맞다. 일부 브루펍은 아동 출입을 제한한다. 이 집은 그 반대의 전략을 택했고, 세종에서는 이쪽이 맞다. 다만 아이가 많은 시간대에는 바 좌석으로 피하는 게 좋다. 글래스 깨짐, 뜨거운 피자 접시 이동 등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소소한 서비스, 그리고 실전적인 팁
첫 방문 때, 바에 앉아 켈러 라거를 주문했다. 바텐더가 첫 잔을 붓다가 폼이 깨졌는지 잔을 교체했다. 버린 맥주가 아깝지 않느냐는 농담을 건네니, 초반 품질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답한다. 이런 곳은 다시 온다. 둘째 방문에서는 헤이지에 잔향이 약간 빠졌다는 말을 조심스레 전했더니, 그 탱크의 드라이홉 타이밍과 차이를 설명해줬다. 설명이 길지 않고 솔직했다. 진정성은 이런 순간에 드러난다.
재방문을 계획하는 사람에게 몇 가지 팁을 남긴다.
- 바 좌석에 앉으면 라인의 상태를 가장 좋은 타이밍으로 받기 쉽다. 탭 교체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권장 온도와 잔 선택도 즉시 조율해준다. 헤이지 IPA는 도착 직후 한 잔, 스타우트는 대화 조금 나누고 따뜻해질 때쯤 한 잔이 좋다. 라거는 음식 나오기 전에 반 잔 정도 먼저 주문해 입맛을 깨워라.
리스트는 여기서 멈추겠다. 두 개를 넘기면 과하니까. 나머지는 문장으로 풀어본다.
지역성, 그리고 세종에서의 의미
세종의 맥주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잘 만든 맥주를 안정적으로 내는 집이 더 필요하다. 대도시와 달리 난이도 높은 스타일로 승부하기보다,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 부담 없이 마시고 갈 수 있는 평형대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브루펍은 그런 균형점을 꽤 잘 잡았다. 라거와 비트르 같은 기본형을 정확하게 내고, 헤이지로 대중성을 확보한다. 지역 양조장과 게스트 탭을 교류하며 생태계를 만든다. 이런 유연함이 오래 가는 집의 기질이다.
또 하나, 이 집은 지역 농산물과 연결을 모색하고 있다. 바텐더에게 들으니 가을에는 지역 꿀과 허브를 활용한 시즌 한정 에일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지역성과 적절히 결합하면 손님이 이야기거리를 갖게 된다. 단, 과유불급. 지역 재료를 넣는다는 명분이 맥주의 스타일을 흐리면 본말이 전도된다. 본 맥주와 재료의 향미가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미리 파일럿 배치로 확인해야 한다. 설비 규모가 작을수록 실험은 플라이트로 일찍 공개하고 피드백을 수집하는 쪽이 경제적이다.
개선이 필요한 지점
오픈 초반이라 완벽할 수는 없다. 시기별로 보완하면 완성도가 빠르게 오른다. 가장 먼저, 메뉴판의 정보密度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ABV, IBU, 사용 홉, 맛 설명이 꽤 상세히 적혀 있는데, 초심자에게는 정보 과부하다. 핵심만 남기고, 자세한 내용은 바에서 묻고 답하는 편이 낫다. 특히 헤이지의 드라이홉 구성은 매 배치 달라질 수 있으니, 고정 표기 대신 현장 설명으로 대응하는 게 정직하다.
둘째, 음악 볼륨. 사람이 차면 자연스레 소음이 올라간다. 그때 음악을 조금 낮춰야 한다. 지금은 반대로 사람이 많아질수록 음악이 묻히지 않도록 볼륨을 올리는 경향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대화 소리가 커지고, 피로감이 쌓인다. 센서 기반으로 볼륨을 자동 제어하거나, 피크 시간대에는 어쿠스틱 위주로 바꾸면 덜 피곤하다.
셋째, 테라스 좌석의 서비스 범위. 테라스에 앉으면 주문과 서빙 속도가 한 박자 늦어진다. 버튼이나 QR 주문 시스템을 깔아도 대화가 늘어지는 시간에 한 번씩만 테이블 체크를 돌면 크게 개선된다. 차를 두고 온 손님이 많아 테라스에 오래 앉는 경향이 강하다. 작은 손길이 체류 시간을 늘린다.
경쟁과 차별점, 지속 가능성
세종과 인근 도시에는 이미 실력 있는 브루펍이 몇 곳 있다. 각자의 강점이 또렷하다. 어떤 집은 라거의 투명함으로 승부하고, 어떤 곳은 달큰한 밀맥주로 초심자를 끌어들인다. 이 집의 차별점은 밸런스와 청결, 그리고 과시하지 않는 자신감이다. 스타우트와 비트르 같은 묵직한 기본기가 흔들리지 않으면 브랜드는 오래간다. 한편, 수요가 요일과 계절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지역 특성상 탱크 회전율이 사업의 생사를 가른다. 생산 계획을 정교하게 짜고, 게스트 탭과의 협업을 유연하게 유지해야 한다. 남는 탱크를 억지로 채우는 날이 늘어나면 품질이 흔들린다. 이 집이 지금처럼 깔끔한 라인 관리를 계속한다면, 손님은 알아본다.
누가 가면 좋고, 누가 패스해야 하나
맥주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라거와 마르게리타 조합을 추천한다. 이 집의 강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헤이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향의 크기가 서울 유명집 대비 한 톤 낮다는 점을 감안하자. 대신 피니시가 더 깨끗하고, 두 잔을 연달아 마셔도 피로감이 덜하다. 스타우트 애호가에게는 니트로의 질감과 낮은 도수가 주는 마시기 좋은 리듬이 좋을 것이다. 실험적인 스타일이나 강한 배럴 에이징을 기대한다면 시기가 아니다. 설비와 셀러 운용이 안정된 뒤에 시도해도 늦지 않다.
아이와 함께라면 이른 저녁 5시에서 6시 반 사이가 좋다. 테라스에 앉으면 직원의 시야에서 약간 벗어나는 만큼, 뜨거운 접시와 유리 핸들링에 주의하자. 대화가 중요한 자리라면 바 좌석 말고 홀 중간의 4인 테이블이 안정적이다.
마지막 잔, 그리고 돌아보는 한 달
한 달은 짧고도 길다. 오픈 초에는 사소한 문제들이 매일 새로 생긴다. 맥주도 그래프가 출렁인다. 그럼에도 이 집은 첫 잔에서 마지막 잔까지 믿고 마실 수 있는 수준을 지켰다. 켈러 라거의 곡물 향이 도드라졌고, 비트르의 밸런스가 정확했으며, 스타우트의 질감이 안정적이었다. 헤이지는 더 좋아질 여지가 있다. 음식은 기본기가 좋고, 과하지 않다. 서비스는 솔직했고, 배움의 속도가 느껴진다.
브루펍을 판단하는 잣대는 결국 한 가지다. 다음 주에도 굳이 다시 가서 한 잔 하고 싶으냐. 나는 예 라고 답한다.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큰 소리로 증명하지 않는 실력, 잔에 담긴 성의, 그리고 동네의 하루와 나란히 걷는 리듬. 세종에서 이런 집을 한 곳 더 갖게 된 것은, 맥주를 좋아하는 우리 모두에게 득이다. 다음 방문에는 가을 시즌 한정 에일이 준비되어 있을까. 그때도 바에 앉아 라인의 차가운 첫 모금으로 시작할 생각이다.